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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수 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이게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주유소 기름값이 치솟고, 전기·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나서야 이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 하나가 막히자,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안보, 유가 급등, 공급망 위기)

에너지 안보의 핵심,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무슨 일이 생기나

일반적으로 석유 공급망은 여러 경로가 있어서 하나가 막혀도 큰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현실과 꽤 다릅니다. 전쟁 전 기준으로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이란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이 이 항로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와 UAE는 우회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합산 용량이 하루 350만~550만 배럴 수준입니다. 기존 물동량의 35%도 채우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여기서 송유관 용량이란 단순히 파이프의 굵기가 아니라, 펌프 압력과 저장 인프라까지 포함한 실제 처리 가능 물량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우회로가 있어도 쏟아지는 물의 10분의 3도 받아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라고 제가 판단한 것도 이 숫자 때문이었습니다. 대체 경로가 원천적으로 부족한데, 수요는 줄지 않으니까요.

유가 급등 경고, 전략비축유(SPR)로 버틸 수 있을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세계 석유 소비가 생산보다 하루 평균 약 600만 배럴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전략비축유(SPR)가 하루 200만 배럴 이상 방출되고 있습니다. 전략비축유(SPR)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공급 위기 때 즉시 시장에 풀 수 있도록 각국이 별도로 쌓아둔 비상용 석유 재고입니다.

문제는 이 방출 물량 상당수가 7월 말이면 소진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재고는 3억 8,000만 배럴 가까이 줄었습니다. IEA는 지난 3월 회원국들과 공조해 4억 배럴의 비상 비축유 반출에 합의했지만,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비축유 반출은 고통을 줄여줄 뿐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과 수술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펀드 관리업체 애버딘의 폴 디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80달러까지 오를 경우 유럽과 아시아 전반에서 물가 급등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반구 여름철 냉방 수요와 휴가철 항공 수요가 겹치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주목한 점은 재고의 실질 가용량입니다. 전문가들은 30억 배럴이 넘는 석유 재고 대부분이 송유관 압력 유지, 정유소 연속 가동, 저장 탱크 보호 등을 위한 최소 운영 물량(minimum operational inventory)으로 묶여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소 운영 물량이란 시스템 자체가 돌아가기 위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재고를 말합니다. 재고 숫자가 크게 보여도 실제로 쓸 수 있는 양은 훨씬 적다는 뜻이고, 시장은 재고가 0이 되기 훨씬 전에 마비될 수 있습니다.

LNG 공급 차질, 아시아가 더 직접적으로 맞는 충격

석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도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란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으로,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게 한 연료입니다. 발전소, 도시가스, 산업용 열원으로 폭넓게 쓰입니다.

IEA에 따르면 카타르와 UAE발 LNG 공급이 하루 3억 세제곱미터 이상 줄어들어 매주 20억 세제곱미터가 넘는 공급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카타르발 LNG에 크게 의존하는 아시아 가스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가스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이 충격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LNG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전기요금 고지서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가스 가격이 오르면 발전 원가가 오르고, 그게 전기요금으로 연결되고, 결국 제조업 원가와 생활물가 전반을 건드리게 됩니다. 이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작동합니다.

 

이번 사태로 LNG 공급 차질이 미치는 파급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카타르·UAE발 LNG 수출 감소 → 아시아 스폿 가스 가격 급등
  • 발전소 LNG 조달 비용 상승 → 전력 도매가격 상승
  • 전기요금·도시가스 요금 인상 → 가계 실질 소득 감소
  • 산업용 가스 원가 상승 → 제조업 생산 비용 증가 → 소비자 물가 상승

에너지 공급망 위기, 이번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닌 이유

솔직히 이 위기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가 특정 해협 하나, 특정 지역 몇 개국의 에너지 공급에 이렇게까지 집중 의존하는 구조를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결과입니다. 긴급 조치를 도입한 국가가 3월 말 55개국에서 5월에는 76개국으로 늘었다는 사실이 이 구조적 취약성을 잘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비축유 방출과 수입선 다변화로 단기 위기는 넘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판단은 조금 다릅니다. 비축유는 이미 소진되고 있고, 대체 수입선은 단기간에 물량을 확대하기 어렵습니다. EU 교통 담당 집행위원도 "전쟁이 몇 주 내로 끝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 침체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진짜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 개혁입니다.

  • 에너지 수입 다변화(미국, 호주, 아프리카 등 공급원 확대)
  •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로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 LNG 저장 인프라 확충으로 공급 완충 여력 강화
  • 에너지 수요 절감 정책과 효율화 기술 투자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전쟁과 외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각국의 에너지 구조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에너지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이번 위기가 에너지 구조 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촉구하는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이 멀게 느껴졌던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일상의 언어로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v.daum.net/v/3pNYGgQ9AS?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