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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운동복을 고를 때 소재를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땀이 잘 마르는지, 몸에 딱 맞는지, 그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건강을 위해 열심히 입던 레깅스와 기능성 운동복이 오히려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운동복 소재의 문제, 그리고 현실적인 대처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운동복 소재, 그냥 입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제가 직접 써봤는데, 운동 후 땀에 젖은 레깅스를 한 시간쯤 그냥 입고 있으면 허벅지 안쪽이 유독 따끔거리거나 가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땀 때문이라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단순한 땀 자극만은 아니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운동복 대부분은 폴리에스터(Polyester), 나일론(Nylon), 엘라스테인(Elastane)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소재들은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땀을 빠르게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흡습속건 기능이 우수해 스포츠 의류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흡습속건이란 피부에서 발생한 땀을 섬유가 흡수한 뒤 빠르게 외부로 증발시키는 기능을 말합니다. 성능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소재입니다.

 

문제는 이 합성섬유가 세탁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을 대량으로 배출한다는 점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5mm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는데, 세탁기 물살에 섬유가 마찰되면서 실 가닥이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영국 플리머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합성섬유 6kg을 한 번 세탁할 때 70만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Plymouth). 이 입자들은 하수 처리 과정을 거쳐도 완전히 걸러지지 않아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고, 결국 식수와 음식을 통해 인체로 되돌아옵니다.

합성섬유가 호르몬까지 건드린다는 게 사실일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나쁘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운동복을 입는 행위 자체가 피부를 통한 화학물질 흡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은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에 따르면 합성섬유 속 화학물질의 약 8%는 운동 중 땀에 젖은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성분이 프탈레이트(Phthalates)입니다. 프탈레이트란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물질로, 대표적인 내분비 교란 물질 중 하나입니다. 내분비 교란 물질이란 체내 호르몬 시스템에 간섭해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흉내 내는 외부 화학물질을 말합니다. 흔히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PFAS(과불화화합물)와 BPA(비스페놀 A)도 운동복 제조 과정에서 사용됩니다. PFAS란 방수·방오 처리에 쓰이는 합성 화학물질군으로, 자연환경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런 성분들이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영향을 미쳐 생식 기능 저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Birmingham).

 

물론, 합성섬유 운동복을 입는다고 바로 질병으로 이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 건강 영향은 노출 빈도, 착용 시간, 세탁 방식, 제품별 화학물질 관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보를 처음 접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먼저 드는데, 그보다는 현실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레깅스를 당장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이렇게 쓰세요

제가 이 내용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그럼 레깅스를 아예 안 입어야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천연 소재 운동복만으로 고강도 운동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면 소재 운동복은 땀을 흡수하면 무거워지고 건조가 느려 장시간 운동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소재를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사용 방식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핵심 실천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 직후 바로 갈아입기: 땀에 젖은 합성섬유 운동복과의 피부 접촉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 낮은 온도로 세탁하기: 20~30℃의 저온 세탁은 섬유 마찰을 줄여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낮춥니다.
  • 세탁망(미세플라스틱 필터백) 활용하기: 세탁 시 전용 필터 망에 넣으면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을 상당량 차단할 수 있습니다.
  • 고강도 탈수·고온 건조 피하기: 열과 강한 기계적 마찰은 섬유 손상을 가속해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늘립니다.
  • 천연섬유 또는 인증 제품 병행하기: 요가나 스트레칭처럼 땀이 적은 운동에는 면·리넨 소재 운동복을 선택하는 것이 노출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실천하기 쉬운 건 '운동 후 바로 갈아입기'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집에 와서 씻기 전까지 그냥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의식적으로 운동복을 바꿔 입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지만, 피부 접촉 시간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결국 운동복을 선택할 때 기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소재 성분과 세탁 방법, 착용 후 관리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몸에 부담을 주는 경로가 되지 않도록, 운동량만큼 입는 것과 관리하는 방법에도 한 번쯤 주의를 기울여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우려가 있으신 경우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1608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