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기름값 고지서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지 않으십니까. "중동에서 또 뭔가 터졌나?" 저도 그랬습니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뉴스를 뒤적이면 어김없이 호르무즈 해협 얘기가 나왔고, 그때마다 막연하게 "미국이 어떻게든 하겠지"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막연한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37일의 폭격이 남긴 것: 미국 패권의 균열미국이 중동 분쟁에서 뒤처진다는 그림은 쉽게 상상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처음엔 "설마"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압도적인 해군력과 전략폭격 능력을 가진 나라가 이란 하나를 못 잡는다고?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37일간 이란을 집중 타격했습니다. 국가 지도부 상당수를 제거했고 군사 시설 ..
학교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말, 지금도 유효할까요. 저는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기사를 한 번 더 읽었습니다. 교사가 휴일에 학교에 나와 학생의 물통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처음에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3학년 여학생의 물통에 음란행위를 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기기에는 약 5000건에 달하는 불법 촬영물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학교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 공간이고, 부모가 자녀를 맡기는 신뢰의 장소입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교실이 일종의 안전지대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공간 안에서 교사가 학생의 소지품을 대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무원이면 육아휴직만큼은 눈치 안 봐도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주변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아이 병원, 어린이집 등하원,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이 생길 때마다 말을 꺼내지 못하고 혼자 조용히 처리하는 분들을 종종 봤습니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육아휴직, 숫자 뒤에 감춰진 돌봄 불평등2024년 일반직 공무원 육아휴직 신청자는 총 2만 506명이었습니다. 이 중 여성이 74.3%(1만 5,231명), 남성이 25.7%(5,275명)를 차지했습니다(출처: 민주노동연구원). 숫자만 보면 여성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 시점과 기간을 들여다보면 이..
도시 하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올림픽이 꼭 필요할까요? 저는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춘천이 올해 단 석 달 만에 80개국 5,600여 명의 태권도 선수단을 불러모으는 국제대회 세 개를 연달아 치릅니다. 규모만 보면 작은 지방 도시의 이야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세계선수권, 춘천이 그 무대가 된 이유저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장을 다니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태권도는 그냥 동네 운동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외국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 K팝보다 태권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동네 운동이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자산이었던 겁니다.춘천에서 올해 열리는 국제대회는 크..
한국 라면이나 과자가 해외 일반 마트 진열대에 놓이는 것을 보고 "이제 K푸드가 정말 세계로 나갔구나" 싶었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제품, 진짜 한국 식품이 맞을까요? 저도 처음엔 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정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해외에서 '짝퉁 K푸드' 대응에 나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위조품 대응: 홍보만으로 충분할까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K푸드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드라마나 K팝을 통해 한국 음식을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덕분에 고추장, 김치, 라면 같은 품목이 현지 마트 정규 코너에 입점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기가 높아질..
주식시장이 오르는 이유를 반도체 실적과 금리 방향으로만 설명하면 충분할까요? 이탈리아에서 코스피 랠리를 분석한 글을 읽고 저는 잠시 멈추게 됐습니다. 숫자 뒤에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재평가'가 있다는 시각이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술주 호황이라는 익숙한 설명에 익숙해져 있던 제게 꽤 신선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코스피가 런던을 넘어선 날, 무슨 일이 있었나코스피 시가총액이 4조 1,000억 달러로 마감하며 런던 증시(3조 9,9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국 증시가 세계 8위 금융시장에 올라선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과장처럼 들렸을 텐데, 실제로 수치로 확인되는 것을 보면 분위기가 꽤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직접 동력이 된 산업들은 비교적 명확..
솔직히 저는 2024년에 애플이 챗GPT를 시리와 통합한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꽤 기대했습니다. 드디어 아이폰 안에서 AI를 따로 앱을 열지 않고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생각보다 접근 경로가 번거로웠고, 결국 챗GPT 앱을 따로 여는 방식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오픈AI가 애플에 계약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며 법적 대응까지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답답함이 저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AI와 애플, 계약 위반 논란의 실체오픈AI와 애플은 2024년 챗GPT를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에 통합하는 협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란 애플이 iOS 18부터 도입한 자체 AI 플랫폼으로, 시리를 중심으로 문서 ..
올해 스승의 날, 교육부가 주최한 기념행사에 한국교총·교사노조·전교조 등 3대 교원 단체가 모두 불참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의 말 한마디가 오래 남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지금 교사들이 처한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왜 스승의 날이 갈등의 장이 됐나사실 저도 처음엔 단순히 행사 불참 정도로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배경을 들여다보니 이건 훨씬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교육부는 이번 행사에서 '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 선언'을 추진했습니다.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敎權侵害)로 위축된 교육 활동을 되살리자는 취지였습니다. 여기서 교권 침해란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
주변에서 "자녀 다 키웠는데 이제 각자 살겠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얼마 전 지인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낯설지 않았습니다. 통계가 이 변화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 이혼 건수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는데, 60세 이상 황혼 이혼만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 두 숫자가 동시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수치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이혼은 줄었는데, 왜 황혼 이혼만 늘었나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8만 8,130건으로 1996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출처: 국가통계포털 KOSIS). 결혼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혼도 함께 감소한 구조적 흐름입니다.그런데 반대로 움직이는 숫자가 있었습니..
걸작이라고 불리는 그림 앞에서 처음 든 생각이 "이게 왜 유명하지?"였다면,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불리지만,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들을 잔뜩 품고 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화가가 있습니다. 미국의 헨리 테일러입니다.입체주의의 탄생, 그 뒤에 가려진 뿌리1907년 파블로 피카소가 처음 이 그림을 동료들에게 공개했을 때, 반응은 찬사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는 "휘발유를 들이켠 기분"이라 했고, 앙리 마티스는 그림 속 여성들을 보고 분개했다고 전해집니다. 대중 전시는 9년이나 미뤄졌습니다.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브라크 자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접근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