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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결혼 준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요즘은 예물을 안 하는 게 트렌드야"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저도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로 명품백이나 예물 시계 대신 주식 계좌를 함께 개설하거나 금을 사는 커플이 꽤 많아졌더군요. 결혼을 과시의 순간이 아니라 자산 형성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명품 예물이 밀리는 이유, 숫자로 보면 명확합니다
샤넬 클래식 11.12백 한 개 가격이 1,790만 원,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41mm가 1,834만 원입니다. 두 가지를 합치면 3,600만 원 안팎이 순식간에 빠져나갑니다. 문제는 이 돈을 쓰고 나서 남는 것이 무엇이냐입니다. 명품백은 유동성(Liquidity)이 낮은 자산입니다. 유동성이란 필요할 때 현금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명품 가방은 구매 직후 중고 시세가 정가를 밑도는 경우가 많아 급할 때 현금화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 금액이 실감 나지 않았는데, 전세 보증금 평균이 수억 원을 훌쩍 넘는 현실과 맞대면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을 묻는 설문에서 응답자의 48%가 신혼집 마련 등 금전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는 조사 결과는, 예비부부들의 심리를 수치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출처: 신혼부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메링). 집 문제 앞에서 3,600만 원짜리 가방과 시계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지, 그 심리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결혼 준비 자금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예·적금 중심의 원금 보장 상품보다 주식이나 펀드 위주의 투자 지향 상품을 선호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낮은 이자율로는 주거 마련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로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1억 606만 개를 넘어섰고, 전년 대비 1,600만 개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예물 대신 주식, 실제로 얼마나 현명한 선택일까요
한 예비부부의 사례가 눈에 띄었습니다. 프러포즈 가방과 시계를 생략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엔비디아 주식을 주당 175달러에 68주, SK하이닉스를 주당 82만 원에 23주 매수했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235달러 선까지 올랐고, SK하이닉스도 평단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익률만 보면 명품보다 훨씬 나은 선택처럼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례는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주목받는 겁니다. 투자에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는 함정이 있습니다. 생존 편향이란 성공한 사례만 눈에 띄고, 손실을 본 사례는 조용히 묻히는 현상을 말합니다. 같은 시기에 주식을 샀다가 타이밍이 맞지 않아 결혼 준비 자금을 날린 커플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이야기는 SNS에 올라오지 않습니다.
특히 저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6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 더 걱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인데,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떨어지면 원금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겹치는 구조입니다. 결혼 준비 자금처럼 반드시 지켜야 할 돈을 빌린 돈으로 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결혼 자금을 주식이나 금으로 운용한다면, 다음 사항은 반드시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전체 결혼 자금 중 투자 비중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안전 자산으로 유지할 것
- 단일 종목 집중 투자가 아닌 분산 투자(Diversification) 원칙을 지킬 것
- 신용거래(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는 결혼 준비 자금에서 철저히 배제할 것
-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변동성이 낮은 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갈 것
금 투자까지 확산, 자산 형성 수단으로서의 가능성과 한계
주식과 함께 골드바를 예물 대신 선택하는 커플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금은 지난 한 해 동안 약 67% 상승했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354.8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제가 직접 시장을 들여다봤을 때도, 금 가격이 단기에 이렇게 급등한 사례는 최근 10년 안에서도 드문 경우였습니다.
금이 자산으로서 갖는 특징은 헤지(Hedge) 기능에 있습니다. 헤지란 인플레이션이나 달러 약세처럼 다른 자산 가치가 흔들릴 때 금은 상대적으로 가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오르는 경향이 있어,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의미입니다. 극심한 물가 상승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예비부부들 입장에서는 금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실질 구매력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만 금도 만능은 아닙니다. 중동 분쟁 같은 지정학적 이벤트로 급등한 뒤 조정이 오면 단기 손실이 생길 수 있고, 금 현물보다 골드바 형태로 보유하면 보관 비용과 매매 시 스프레드(매수·매도 가격 차이)가 수익률을 갉아먹기도 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금값 회복을 전망하고 있더라도, 이를 결혼 준비 자금 전부에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위험 노출일 수 있습니다.
결혼을 자산 형성의 시작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히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품 가방 하나를 들고 전세 자금이 부족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것보다, 그 돈으로 함께 자산을 키우는 출발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합리적입니다. 다만 투자는 수익만큼 손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혼 준비 자금은 잃어서는 안 되는 돈인 만큼, 수익 기대보다 분산 투자와 유동성 관리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혼은 이벤트가 아니라 두 사람의 경제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고, 그 첫 단추는 신중하게 끼울수록 좋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전문 금융 기관이나 투자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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