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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승의 날, 교육부가 주최한 기념행사에 한국교총·교사노조·전교조 등 3대 교원 단체가 모두 불참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의 말 한마디가 오래 남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지금 교사들이 처한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왜 스승의 날이 갈등의 장이 됐나
사실 저도 처음엔 단순히 행사 불참 정도로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배경을 들여다보니 이건 훨씬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행사에서 '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 선언'을 추진했습니다.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敎權侵害)로 위축된 교육 활동을 되살리자는 취지였습니다. 여기서 교권 침해란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교사를 직접 겨냥한 신고, 고소, 폭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 선언 내용을 교원 단체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교원 단체들은 "교사들이 위로받아야 할 날에, 정부가 '우리가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강요하는 셈"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 없이 "앞으로 잘해봅시다"는 선언문부터 들이민다면, 누구라도 씁쓸할 것입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사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장 체험 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기피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대를 없애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현장 분위기를 크게 악화시켰습니다. 이 발언은 교사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구조적 원인, 즉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전가 문제를 외면한 채 교사 개인의 태도를 탓하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결국 1982년 스승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교육부와 교총이 공동 주최해 온 행사가 올해 처음으로 분리되었고, 교원 단체들이 대거 빠진 기념식은 '주인 없는 잔치'가 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숫자로 드러난 교권 침해의 실태
제 경험상 어떤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앞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교사노조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응답자의 55.5%가 지난 1년간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교사가 교직을 떠날 생각을 해봤다는 것입니다. 사직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악성 민원(62.8%)이었고, 응답자의 절반은 실제로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사의 헌신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교사는 고작 5.6%에 불과했습니다(출처: 교사노조).
교육부는 지난 1월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교권 침해 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조항이 빠지면서 현장에서는 '부실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란 학생의 학업 성취, 행동 특성, 교내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공식 문서로, 대학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교원 단체들이 이 항목의 기재를 요구한 건 교권 침해에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일부 시도 교육청이 "학생이 준 케이크를 교사와 함께 나눠 먹는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공지를 올렸다가 교사들의 강한 반발을 받고 배너를 삭제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청탁금지법이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로, 교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학생과 케이크도 같이 못 먹는 게 정상적인 학교냐"는 교사들의 반응은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신뢰 대신 의심이 기본값이 된 환경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상상이 됩니다.
지금 교사들을 옥죄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악성 민원에 대한 학교·교육청 차원의 실질적 보호 체계 부재
- 교육 활동 중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는 법적 책임
- 교권 침해 발생 이후 후속 조치와 심리 지원의 미흡
- 교육 활동과 직접 관련 없는 행정 업무 과부하
선언문이 아니라 실질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엔 현장을 움직이는 건 구호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처우 때문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교권이 보호받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교사들은 결코 교단을 등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핵심을 짚었다고 봅니다.
교권 보호는 교사만을 위한 특혜가 아닙니다. 교사가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학생들도 안정적으로 배우기 어렵습니다. 교원 단체들이 주장하는 교권 침해 시 학생부 기재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처럼,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당한 민원과 악성 민원을 구분하고, 교사가 부당한 공격을 받았을 때 학교와 교육청이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교육부가 이번 갈등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합니다. 공동 선언이든 교권 대책이든, 현장 교사들이 "우리 얘기를 진짜 들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과정이 먼저입니다(출처: 교육부). 형식적인 행사보다 현장의 불안을 실제로 줄여주는 구체적 절차와 기준이 지금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이 해마다 갈등의 계기가 아닌, 교사들이 잠깐이라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되려면, 정부가 먼저 신뢰를 쌓는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선언보다 행동이, 행사보다 제도가 먼저입니다.
참고: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6/05/15/KASKSTHDEVGO7M4DLPTXJUFJ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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