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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하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올림픽이 꼭 필요할까요? 저는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춘천이 올해 단 석 달 만에 80개국 5,600여 명의 태권도 선수단을 불러모으는 국제대회 세 개를 연달아 치릅니다. 규모만 보면 작은 지방 도시의 이야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세계선수권, 춘천이 그 무대가 된 이유
저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장을 다니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태권도는 그냥 동네 운동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외국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 K팝보다 태권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동네 운동이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자산이었던 겁니다.
춘천에서 올해 열리는 국제대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강원·춘천 2026 세계태권도문화축제 (7월 8~16일, 40개국 1,300여 명)
- 2026 춘천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 (7월 18~22일, 50개국 2,300여 명)
- 춘천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9월 16~20일, 80개국 2,000여 명)
여기서 품새(Poomsae)란 태권도의 공격과 방어 동작을 일정한 순서로 조합해 혼자 또는 팀으로 연기하는 종목을 말합니다. 겨루기처럼 상대와 직접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완성도와 예술성을 겨루는 형태여서, 연령대와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는 이 종목의 최고 권위 대회입니다.
주최 기관을 보면 세계태권도연맹(WT)과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춘천시와 함께 공동 주최·주관을 맡습니다. 여기서 세계태권도연맹(WT)이란 전 세계 210개 회원국을 보유한 태권도 최고 국제기구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인을 받은 단체입니다(출처: 세계태권도연맹). 이 기관이 직접 참여한다는 건 춘천 대회가 단순한 지방 행사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제 경험상 국제대회의 신뢰도는 주최 기관의 공신력과 직결되는데, 이 점에서 춘천은 상당히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회 결과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50개국 3,500여 명의 선수단과 약 4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128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스포츠 이벤트가 단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숙박, 식음, 교통, 관광 소비로 이어지는 스포츠 관광(Sports Tourism)의 전형적인 효과입니다. 스포츠 관광이란 스포츠 이벤트 참여나 관람을 주목적으로 하는 여행 형태로, 일반 관광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지출 규모가 크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스포츠관광이 도시브랜드로 이어지려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춘천이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를 유치한다는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대회를 개최하는 것과 기관 본부를 도시 안에 두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WT 본부는 송암스포츠타운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3,200㎡ 규모로 들어서며 전시관, 오디토리움, 리셉션홀, 업무공간을 포함합니다. 오디토리움(Auditorium)이란 강연, 시상식, 문화 공연 등 대규모 행사를 위한 전용 홀로, 국제기구 본부에서는 공식 회의와 기념 행사에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시설입니다. 국비 35억 원을 확보했고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합니다.
제가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본부가 들어서면 대회가 없는 시기에도 세계 태권도 관계자들이 춘천을 오가게 됩니다. 이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브랜드 자산(Brand Asset)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도시 브랜드 자산이란 특정 지역이 특정 분야에서 갖는 인지도와 신뢰도의 총합으로, 한번 형성되면 지속적인 방문객 유입과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습니다. 시설이 생긴다고 해서 콘텐츠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 스포츠 관광이 지속 가능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 대회 기간 외에도 방문객이 머물 이유가 되는 체류형 프로그램
- 외국어 안내, 통역, 의료 지원 등 외국인 수용 인프라
- 본부 완공 이후 시민이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 콘텐츠
국내 스포츠 이벤트 경제 효과 연구에서도 대회 자체보다 사후 활용과 연계 프로그램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장기적이라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제 경험상 잘 기획된 행사도 마무리 이후 지역에 흔적이 남지 않으면 결국 일회성에 그치고 맙니다.
9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는 WT 본부 착공 기념 퍼포먼스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라 춘천이 어떤 도시가 되려 하는지를 세계에 선언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80개국 선수단이 지켜보는 앞에서 기반을 다지는 장면, 그 상징성은 꽤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올해 세 차례의 국제대회가 끝나고 나면 춘천은 중요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됩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성과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그 경험을 토대로 스포츠 관광 생태계를 꾸준히 쌓아갈 것인지입니다. 두 길의 차이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춘천을 방문하는 계획이 있다면 7월이나 9월 대회 일정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dongbang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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