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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대학을 졸업하고 1~2년이 지나도록 취업을 못 한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격증을 하나 더 따고, 인턴을 한 번 더 하고, 어학 점수를 올리면 될 거라 믿으면서 구직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제가 직접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고용률 격차, 숫자가 말하는 구조적 단절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7%였습니다. 같은 달 30대 고용률은 81.0%였습니다. 두 세대 사이의 격차는 37.3%포인트(p)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습니다(출처: 국가통계포털 KOSIS).
여기서 고용률이란 특정 인구 집단에서 실제로 취업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비율이 아니라, 그 집단 전체 인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43.7%라는 숫자는 청년 인구 절반 이상이 노동시장 밖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청년층의 고용률이 60세 이상(47.2%)보다도 3.5%p 낮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처음 봤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은퇴 연령을 넘긴 세대보다 취업 비율이 낮다는 건, 청년층 고용 문제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 격차는 2000년대엔 20%p대, 2010년대엔 30%p대였다가 최근 4년 사이에만 6.9%p가 추가로 벌어졌습니다. 전체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세대 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쉬었음 청년, 실업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사람들
청년 고용 문제를 이야기할 때 실업률만 보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경제활동참가율(LFPR)입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인구가 전체 생산가능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직을 아예 포기한 사람은 이 비율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늘고 있는 '쉬었음' 청년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실업 상태였다가 구직 시도 자체를 멈추고 노동시장 밖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실업자로도 집계되지 않으니 실업률 수치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쪽이 실업자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실업자는 적어도 구직 의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쉬었음 계층은 반복된 취업 실패나 기대 임금과 현실의 괴리가 누적되어 노동시장에 대한 의욕 자체가 꺾인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장기간 경력 공백을 쌓아가면 나중에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것 자체가 더 어려워집니다. 고용 이력이 없는 기간이 길수록 채용 담당자의 시선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2년 5월 47.8%를 정점으로 약 4년 사이 4.1%p나 하락했습니다. 그 하락분 상당수가 쉬었음 계층으로의 이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노동 의욕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쉬었음 청년이 증가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력 공백이 누적되어 재취업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 인적자본(human capital), 즉 개인이 축적한 지식·경험·기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됩니다.
- 장기적으로 사회보험 납부 인구가 줄면서 복지 재정에도 부담이 생깁니다.
- 소득 공백이 이어지면서 결혼·주거 계획이 뒤로 밀리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고용 사다리가 흔들리는 이유, AI와 산업 구조
30대 고용률이 80%를 넘기며 25개월 연속 유지되고 있는 건 사실 긍정적인 지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지금의 30대가 20대였던 2016년 무렵, 그들의 고용률은 57.8%였습니다. 10년 사이 23.2%p가 올랐습니다. 20대에 노동시장에 발을 들이고, 경력을 쌓으면서 30대에 안착하는 전형적인 고용 사다리 공식이 그때는 작동했다는 뜻입니다.
고용 사다리란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낮은 직급에서 시작해 경력을 축적하며 점차 안정적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로를 말합니다. 문제는 지금 이 사다리의 첫 번째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체감이 큽니다. 예전에는 신입으로 들어가서 배우는 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신입이라도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취업을 위해 인턴을 해야 하고, 인턴을 하려면 이미 뭔가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순환이 생겨난 것입니다.
여기에 AI 도입이 구조적 압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AI가 대체하기 쉬운 직무는 단순 반복 사무, 데이터 입력, 초급 번역, 기초 문서 작성 같은 일들인데, 이것이 바로 사회 초년생들이 첫 경력을 쌓는 전형적인 업무들입니다. "AI가 신입을 대체한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초급 직무가 줄어들면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첫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본부장은 "AI 도입 등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청년층 실업자를 방치하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청년뉴딜 정책,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이에 대응해 'K-뉴딜 아카데미'와 구직촉진수당 지급을 골자로 하는 청년뉴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같은 대기업이 직업훈련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형편이 어려운 쉬었음 청년에게는 월 6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정책에 대해 "대기업이 실무에 맞는 교육을 직접 한다니 현실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업 주도의 직업훈련은 기존의 스펙 쌓기식 교육보다 실질적인 취업 연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구직촉진수당은 일시적인 생계 지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구조적 문제는 수당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청년들이 산업 변화 속에서 첫 경력을 실제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입니다.
기술 창업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현재 청년 창업이 자영업(카페, 배달업 등)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를 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으로 연결하는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없다면,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건 오히려 위험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청년 고용 문제는 "요즘 청년들이 눈이 높다"거나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가 주변을 보며 느낀 건, 노력하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구조적 환경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고용 사다리의 첫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면, 그 발판을 다시 놓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청년뉴딜이 마중물이 되려면, 물이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펌프질을 계속할 수 있는 구조적 뒷받침이 함께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경제·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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