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출하량, 수급 안정, 할당관세)
제철 과일이 제일 저렴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수박 한 통 앞에 서서 가격표를 보는 순간,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올여름도 예외는 아닐 것 같습니다. 과일부터 계란, 고기까지 식탁 위 먹거리 전반의 수급 상황이 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직접 겪어보니 단순히 "비싸졌다"는 말 한마디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수박·참외 가격이 오른 진짜 이유, 출하량에 있었습니다
마트에 갈 때마다 아이가 제일 먼저 달려가는 코너가 과일 코너입니다. 특히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수박이나 참외를 집어 들고 카트에 담으려 하는데, 제가 가격표를 보고 살짝 내려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제철인데 왜 이렇게 비싸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박은 대형마트 할인 행사와 가족 모임 증가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참외는 화방 교체기라는 시기적 문제가 겹쳤습니다. 여기서 화방 교체기란 참외 줄기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화방을 일정 주기마다 새로 교체하는 시기를 말하며, 이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출하량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공장 라인을 잠깐 멈추고 재정비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수박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5% 늘었고 참외도 0.4% 증가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재배면적(作付面積)이란 실제로 특정 작물을 심어 경작하고 있는 토지의 총 넓이를 의미하며, 이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수확 가능한 물량 자체가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주산지 출하가 본격화되면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에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재배면적이 늘었다고 해도 폭염이나 집중호우 같은 이상기후가 겹치면 현장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최근 몇 년 사이에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채소류 수급상황이 급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고, 정부도 이에 대비해 봄배추 1만 5,000톤, 봄무 6,000톤을 사전 비축하고 병해충 방제용 약제와 작물 영양제를 확대 공급하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의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박: 대형마트 할인 행사 + 가족 모임 수요 증가로 단기 수요 급등
- 참외: 화방 교체기로 인한 일시적 출하량 감소
- 채소류: 폭염·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수급 급변 가능성 상존
- 양파: 반대로 가격이 크게 하락해 소비 촉진과 수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
계란과 고기 가격, 할당관세로 해결될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을 보다 보면 과일보다 계란 가격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아이 아침 식사에 계란 프라이 하나는 꼭 들어가는데, 30구 한 판 가격이 조금씩 오를 때마다 체감이 바로 옵니다. 축산물 전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게 언제 잡힐지가 솔직히 더 궁금합니다.
정부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대해 자조금단체와 합동으로 할인 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조금단체란 축산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기금을 운용하는 단체로, 생산자와 정부가 함께 소비 촉진 활동을 벌이는 구조입니다. 5월 29일부터는 가공용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할당관세(割當關稅)를 추가 적용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되었습니다. 할당관세란 일정 물량 범위 내에서 수입 관세를 낮춰 국내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는 제도입니다. 가격이 높을 때 수입 문턱을 낮춰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단기 가격 안정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계란의 경우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를 수입해 홈플러스, GS더프레시, 지역 중소마트 등에서 시중가보다 낮은 5,990원(30구 기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5월 말부터 6월까지 224만 개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입 계란은 진열되자마자 빠르게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서, 막상 마트에 가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산 계란은 산란계(産卵鷄)의 사육 마릿수가 회복되는 7월 이후에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산란계란 알을 낳는 것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닭으로, 6개월령 이상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산란을 시작합니다. 현재 국내 산란계 마릿수가 전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이 7월로 예상되는 만큼, 그 전까지는 수입 물량이 가격 방어선 역할을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출처: 통계청 농어업통계).
제 생각에는 수입 신선란이나 할당관세 같은 조치가 단기 대응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국내 산란계 사육 기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유통 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방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봅니다. 양파처럼 가격이 반대로 폭락하는 품목도 있다는 점을 보면, 결국 생산량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계약재배와 저장·가공 인프라를 강화하는 게 반복적인 가격 충격을 줄이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먹거리 물가는 한두 가지 단기 대책으로 단번에 잡히지 않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과일 한 통, 계란 한 판, 고기 한 팩의 가격이 날씨와 출하량, 수입 물량, 정부 비축 정책까지 얽히고설켜 있다는 걸 느낍니다. 당장 이번 여름 장바구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마트 할인 행사 일정을 미리 확인하거나 수입 계란 판매처를 체크해 두시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상기후에 견딜 수 있는 생산 기반과 유통비 절감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https://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7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