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보이콧 (교사 면책, 민원 문제, 제도 개선)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이 현장체험학습을 2년째 보이콧하고 있다고 밝힌 영상이 조회수 534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잠시 멈칫했습니다. 단순한 교사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공감했다는 뜻이니까요. 소풍과 수학여행이 사라지는 교육 현장,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요?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 면책 부재와 민원 문제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교사가 학생들 데리고 소풍 한 번 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22년 11월, 현장체험학습 도중 초등학생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인솔 교사는 1심과 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이 교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형사책임의 귀속 범위입니다. 형사책임이란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법적 의무를 의미하는데,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도 이 책임을 묻는다면 교사가 자발적으로 체험학습에 나설 이유가 없어집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를 떠올리면, 인솔 교사는 수십 명의 아이들을 낯선 외부 공간에서 혼자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민사책임까지 더해집니다. 민사책임이란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손해배상 의무를 지는 것으로,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피해자 측에 금전적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형사와 민사 양쪽 모두 책임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라면, 이건 교육활동이 아니라 개인 리스크 감수입니다.
민원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들은 사례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으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왜 우리 아이 사진이 5장밖에 없냐", "특정 친구와 짝꿍을 시켜달라", "왜 그렇게 멀리 가서 멀미하게 하냐" 같은 민원들입니다. 이런 민원이 쌓이는 구조를 교육계에서는 과도한 교육활동 외적 요구라고 부릅니다. 교육 목적과 무관한 개인적 요청이 교사의 행정 부담과 감정 소모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도 형사·민사 책임이 모두 귀속되는 법적 구조
- 사진 매수, 짝꿍 배치, 이동 거리 등 교육 외적 민원 폭주
-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안전망 부재
- 현장체험학습 관련 안전 인솔 인원 기준 미비
현재 교육부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명 학교안전법 개정을 검토 중입니다. 학교안전법이란 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예방과 피해 보상에 관한 기준을 규정한 법률로, 이번 개정 논의의 핵심은 사전 안전 조치를 이행한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입니다(출처: 교육부). 방향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법 개정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험과 의견: 강제 말고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호소
저는 학창 시절에 소풍과 수학여행이 정말 기다려졌습니다. 교실 수업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친구와 함께 낯선 곳을 걷고, 길을 잃고, 밥을 나눠 먹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함께 대처하는 경험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그 기억은 교실 안에서의 어떤 수업보다 선명합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은 솔직히 아쉽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왜 안 가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고 말한 것처럼, 체험학습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 장독을 지키려면 장독을 관리하는 사람을 먼저 보호해야 합니다.
면책권 논의에서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면책권이란 법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이번 맥락에서는 교사가 성실히 안전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형사·민사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향은 맞지만, 이것이 학생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면책의 전제 조건으로 사전 안전 점검, 적정 인솔 인원 확보, 사고 대응 매뉴얼 준수 같은 기준이 명확히 세워져야 합니다.
학부모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씁쓸했던 부분은, 사진 5장 민원 이야기였습니다. 교사가 그 자리에서 울먹였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교육 현장이 이 정도까지 왔구나 싶었습니다.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즉 민원 처리 기준과 부당 민원 차단 체계가 없다면 면책권을 줘도 의미가 반감됩니다.
학생 안전과 교사 보호를 동시에 담보하려면 다음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사전 안전 점검과 인솔 인원 기준의 법제화
- 고의·중과실 없는 사고에 대한 교사 형사·민사 책임 면제
- 교육 외적 과도한 민원 차단 제도 마련
- 외부 안전요원 배치 및 사고 대응 매뉴얼 의무화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분명한 교육적 가치를 가집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려면 교사가 스스로 가고 싶은 환경이 먼저여야 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교사의 의지나 학생의 필요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학부모 인식도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면책권, 민원 보호 장치, 안전 기준이 세 박자로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교사를 탓하기 전에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고: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511/1338992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