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대목 실종 (수요감소, 화훼농가, 수입의존)
솔직히 저는 5월이 꽃집 입장에서 여전히 '대목'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몰려 있으니 당연히 카네이션이 불티나게 팔리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그 인식 자체가 이미 몇 년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카네이션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고, 국산 꽃은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건 단순히 꽃이 덜 팔린다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카네이션 수요감소, 선물 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카네이션 소비가 줄어든 건 선물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현금, 상품권, 온라인 쿠폰처럼 실용적인 선물이 꽃을 대체했다는 시각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꽃만 준비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선물 문화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체감한 건 '꽃값'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네이션 한 다발을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같은 분량에 훨씬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생산비용, 물류비, 유통 마진이 모두 오른 탓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꽃에 그만큼 지출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이건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화훼 유통 구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내 화훼농가가 겪고 있는 경영난도 이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화훼 생산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농자재비와 에너지 비용인데, 최근 수년간 두 항목 모두 급격히 올랐습니다. 농자재비란 비료, 농약, 온실 자재 등 꽃을 재배하는 데 쓰이는 모든 재료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농가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생산을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농가가 늘면서 국내 화훼 생산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화훼 도매업체의 경우 카네이션 물량 전부를 수입산으로 채우고 있으며, 다른 꽃들도 9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화훼 재배 면적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화훼 재배 면적이 10여 년 사이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수요가 줄고 생산비는 오르는 구조에서 농가가 버티기 어렵다는 건, 숫자로도 확인되는 현실입니다.
국내 화훼 유통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개념은 화훼 공판장 경유율입니다.
화훼 공판장 경유율이란 생산자가 키운 꽃이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같은 중간 경매 시장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비율을 말하는데, 이 유통 단계가 길어질수록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올라갑니다. 특히 제주 같은 도서 지역 상인들은 여기에 더해 항공·해운 물류비까지 추가로 떠안게 됩니다.
카네이션 수요감소가 심화된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용적 선물 문화 확산으로 꽃 소비 자체에 대한 필요성 감소
- 생산비 급등으로 인한 소매 판매가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
- 국내 화훼농가 생산 포기로 인한 공급 감소 및 수입산 대체 가속화
- 복잡한 유통 구조로 인해 지역 상인 마진 축소
화훼농가와 수입의존, 악순환을 끊으려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수입산 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이 되면 국내 화훼산업 자체가 존립 근거를 잃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수입 화훼, 즉 해외에서 재배되어 국내로 들여오는 절화(切花, 줄기를 잘라 유통하는 꽃)는 콜롬비아, 케냐, 에콰도르 등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서 대량 생산되어 단가가 낮습니다. 절화란 장미, 카네이션처럼 꽃을 줄기째 잘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를 가리키며, 화훼 시장의 거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가격만 보면 수입산이 유리하지만, 국내 농가가 사라지면 수입 단가가 오를 때 대안 자체가 없어집니다.
현재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물류 비용 상승 가능성은 현실적인 위협입니다.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이 오르면 수입 꽃 단가도 따라 오를 수 있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소매 상인 모두에게 전가됩니다. 이런 외부 변수에 대응하려면 국내 생산 기반 자체를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화훼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화훼 소비는 1인당 소비금액 기준으로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농가를 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예전처럼 꽃을 더 사자"는 방향이 아니라, 산업이 현재의 소비 방식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훼 생산자직거래(산지 직거래)는 그 변화의 하나입니다. 생산자직거래란 농가가 공판장이나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나 소매점에 직접 꽃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농가 수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소형 꽃다발 정기 구독 서비스나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이 이미 이 방식을 시도하고 있고,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구독 서비스도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같은 금액으로 훨씬 신선한 꽃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국내 화훼농가가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농자재비 지원이나 유통 구조 개선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꽃을 선물할 때 국산 꽃인지 한 번쯤 확인해 보는 작은 관심이 쌓이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5월의 카네이션 한 송이가 지금 이 순간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꽃 한 송이 뒤에 농가, 도매상, 지역 상인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문화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그 문화가 유지되려면 꽃을 키우는 사람들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올 어버이날, 꽃집 앞을 그냥 지나치기 전에 한 번만 더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